산행기 1

[스크랩] 검단산행기

末人 2007. 10. 31. 20:45
꿈에도 그리던 주말팀과의 산행을 갖던 날
나는 벅차오르는 기쁨에 온 하루를 들뜬 채로 보내야 했다.
도봉산님과 조우를 하고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검단입구 에니메이션앞으로 이동하려다가
곤히 잠든 아들을 깨워 그곳까지 운전을 시키고야 말았다.
씨~잉하고 내달려 25분만에 도착한 시간은 9시10분.
약속된 9시30분까진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하남팀들의 모습은 과연 어떤 걸까 궁금해하며 서성이는 사이
인왕산님에게 핸폰을 날렸다.
인왕산님,상운님 불참이라는 최후 통첩을 받고 야호님에게 핸폰을 날린다.
뛰며 걸으며 날으며 달리며 오고 있단다.
자판기커피 한잔으로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사이
짠하고 나타나는 야호님,이쁜이드셨다님,바이올렛님,
그 뒤를 이어 코알라님,
잠깐의 시차를 두고 파라오님,포대능선님,병풍바위님,검단줴비님,여일한님이 나타난다.
오늘의 총 인원은 11명
도관카페의 주말산행 실시이래 최대의 인원이 참석하는 순간이었다 .
반가움과 설레임,
기대와 흥분 속에 힘든 산행은 시작됐다.
회비를 모으고 막걸리를 사고 야호님의 베낭 속에 그 모든 무거움을 짐지우고는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급경사의 산길을 오른다.
기세를 잡으려는듯 검단은 처음부터 호락호락해 보이질 않는다.
가파른 시작은 아이쿠 오늘 잘못 걸렸구나하는 후회를 불러 일으킨다.
시작한지 채 10분도 안되는 순간부터 온몸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돋아나게 한다.
말로만 듣던 검단의 어려운 산행은 이렇게 처음부터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좀 힘들거예요.
한 300미터 오르다보면 산소가 나오는데 거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야호님의 설명이다.
이조말엽 신학자 유길준 선생의 묘소까지 오르는 동안
정말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느껴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급경사 길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일단계 고비를 지나 능선길에 오르니 저 멀리 한강이 아득히 펼쳐져 보인다.
구비져 흐르는 강 길을 보는 순간
아 이것이 바로 우리 선조들이 즐겨 그리던
동양화의 소재가 아니던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우리의 힘든 산행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가파른 길을 한단계 오르고 나면 또다른 급경사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주말 산행팀원들의 표정은
사색이 된 나만을 제하곤 모두 밝기만하다.
그 무거운 생명수인 막걸리를 도맡아 짊어진 야호님의 발걸음은 왜 저리 가볍게만 보일까?
우람한 큰언니? 맏며느리? 같은 파라오님의 발걸음도 날개를 단냥 가벼워 보이고
스므 살 소녀같은 이쁜이드셨다님은 걷는 것이 아니라 날아간다해야 맞을 듯하다.
수줍음 잔뜩 품은 바이올렛님의 고요로운 침묵의 발걸음은
검단의 온 정기를 흠뻑히 받아드리는 듯 마냥 진지해 보이기만 하고,
훤칠하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병풍바위님의 껑충껑충 내딛는 걸음은 검단을 주름잡고도 남을 듯
날렵하고 가벼워 보인다.
육중해 보이는 코알라님은 체격에비해 날쌘돌이처럼 산을 쉽게쉽게 오르는듯 보인다.
하기야 자기 자신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건 없으리..
나만 제하곤 모두 쉬워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심리 아닌가..
여일한님의 걸음도 오랜 산행에 단련되어진 능숙한 모습이다.
뒷땅을 책임진다며 축 처진 검단제비님의 눌러쓴 모자에선
흡사 비를 맞은 듯 땀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아담한 도봉산님은 말없이 힘도 안들어보이게 한발자욱 한발자욱 검단을 정복해 가고 있다.
해맑은 동안의 소유자, 미소년 같은 포대능선님은 산이 없고서야 존재하기를 거부할 듯 한
천상 산사나이다.
숨가빠하는 그 와중에서도 입담을 늘어놓는 체력이란 정말로 부럽기 그지없다.
군데군데 휴식을 취하는 중에도 한톨, 한조각 쓰레기조차도 함부로 버려선 안된다는
-(심지어 오이 껍질,사과 껍질까지도)-
야호님의 자연보호 근성에 우린 그저 경의로운 마음만 들 뿐이다.
정상에 발자욱을 찍고
적당한 넓이의 응달을 찾아 자리잡고 앉아
기다리고 고대하고 바라고 원했던 우리의 점심시간을 갖기 시작한다.
스텐양푼을 베낭 깊숙히 짊어지고온 파라오님과
그 양푼에 보리밥을 털어넣고
온갖 야채와 양념을 넣고 즉석 비빔밥을 만들어 대는 야호님의 재빠른 손놀림에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을 몰라한다.
어쩌면 이리도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그야말로 하남팀들의 기상천외하면서도 오랫동안 기억되어질 재치에 감탄감탄감탄만이 있을 뿐이다.
여덟통의 초록색 막걸리를 비우며 도봉에서 관악까지 카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우리는 건배건배건배를 연발해 갔다.
구슬처럼 온몸에 만들어가던 동그란 땀방울도 하산하며 적당히 지워간다.
하남의 명소, 35평 넓다란 노래방 특실,
우리의 뒷풀이 무대는 오색찬란한 조명을 받으며 막을 올린다.
검단제비님의 온몸 비틀기 춤,
이쁜이드셨다님의 현란한 쎅쒸 춤,
심오한 삶의 철학을 담아 진지한 모습으로 토해내는 코알라님의 열창,
남과 여의 무분별한 접촉사고시마다 나타나 제제를 가하는 파라오님의 멋진 엉덩이,
부르스에 온몸을 싣고 세상을 밟아가는 병풍바위님,
반쯤 눈을 지긋이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마음껏 노래에 심취해 가는 포대능선님의 모습,
도봉산님의 탬포 빠르고 패기 발랄한 노래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대는 우리의 주말 산행 팀원들...
나비처럼 사뿐사뿐 몸을 날리며 노래에 빠져 들어가는 바이올렛님,
지칠 줄 모르는 힘의 원천과도 같은 야호님의 가벼운 율동...
그렇게 그렇게 검단의 하루는 꾸며져 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던 하루,
저들의 순수하고 열정어린 마음들이 있는 한 우리의
도봉에서 관악까지는
그 깊이를 더욱 깊게하며
영원히 변치않는 인연들로 키워져 갈 것이란 확신이 든다.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어 준 모든 님들에게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보냅니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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