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오봉 산행을 마치고

末人 2007. 10. 31. 20:51
(산행일시) 2003년 10월5일
(산행지) 오봉매표소-여성봉-오봉-포대능선-다락능선-망월사매표소
(날씨) 기온 20℃ 습도 20% 맑고 쾌청

(참가자)---(존칭생략)

말인/상운/석천/마음/포대능선/박상무/태양/야생화/
솔님/동그라미/아이리스/얼떨리우스/순수소녀야/산타/
제강/파라오/야호/검단줴비/코알라/사계절/아이비/초록향기/
유비/불암악마/사패능선/감자바위/박상무친구/그의부인/
법향/일당1(ㅋㅋ-표현 괜찮죠?)/일당2/일당3/ (총 32명)

10월 첫째 일요일
전형적인 가을날씨답게 하늘은 맑고 높았고
기온 또한 산행하기엔 그지없이 좋은 20도였다.
불광역 7번출구 앞에서 모인 23명은 송추행 34번 시외버스를 탔다,
우리 카페회원들로 가득찬 버스는 구파발역을 통과해서 송추로 향한다.
지난번 상장능선 등산 때
구파발역에서 집결하여 수많은 인파 틈에 끼어 버스를 기다리던 악몽이
지금 저 구파발역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장사진같이 길게 늘어 선 인파들..
에구 지겨워...
역시나 북한산 서북능선쪽에서 시작되는 산행을 하려면
불광역에서 집결하는 게 편하다는 결론을 다시 한번 내리게 해 준다.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법향님이다.
송추유원지 입구
오봉매표소에 도착하니 바로 뒤따라 법향님과 일행 3명이 도착한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 그곳으로 직접 온 포대능선,아이비,사패능선.초록향기님과 합류하고
뒤이어 능선길에서 솔님과 합세하니 오늘 총 등반인원이 32명이 되었다.
대장님의 일장 훈시 뒤
예정된 코스인 망월사역까지 완주할 팀과 중간 도봉매표소로 하산할 팀,
이렇게 두팀으로 나눈 후 산행을 시작하니
시간은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우리 도봉에서 관악까지 회원들로 인하여
남송추능선길이 가득차는 듯 하다.
카페 역사이래 최대의 대오를 이룬 우리는 한발한발 가을 단풍이 시작되는
산길을 밟아 나간다.
얼떨리우스의 뒤처짐을 포대능선에게 책임지운 채 시작한 산행은
여성봉을 오를 때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간다.
여성봉에서 일단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전진...
지난번 그렇게도 힘들어 하던 얼떨리우스가
오늘은 힘이 넘쳐보인다.
모처럼 참가한 검단제비님의 얼굴 가득히 가을햇살보다 더 밝은 미소가 넘친다.
오봉으로 가까와 질수록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바위를 기어오르는 나뭇가지마다
불긋불긋한 단풍이 들어가는 게 가을임을 실감케 한다.
가까이서 보는 오봉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닫혔던 우리네 가슴을 열게한다.
모두의 얼굴 가득 밝은 미소들로 넘친다.
오봉 옆 넓은 핼기장에 자리를 펴고 오찬에 드니 시간은 벌써 1시다.
도봉의 웅장한 자태를 깔고 앉아
서로의 닫혔던 마음을 펴서
부딫쳐오는 가을 햇살에 비벼
온 가을을 먹어가는 저마다의 머리 속으로 하나씩 들어가
정으로 배불러오는 포만감에 빠져든다.
오봉능선을 타고나와 도봉의 본 능선길로 접어드니 한결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신선대를 지나 자운봉을 넘어
포대능선 길따라 오르고 내리며 다락능선으로 드니
가을 해는 중천을 지나 서편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
벌써 저 멀리로 멀어진 포대능선 어딘가에서
구조연막탄의 붉은 연기가 오르고
잠시 뒤에 구조 헬기가 굉음도 요란히 도봉의 하늘을 가른다.
적은 사람들만 이용했을 법한 계곡길을 따라
망월사 매표소에 다달으니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언젠가 한번 들렸던 바로 그 동동주 집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는 자리를 잡았다.
감춰져 비밀스럽기만 했던 제강의 모자를 벗기고 만 나뭇가지 하나에
자지러질듯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던 야생화님...
전날 산행에 다리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절뚝이며 완주해준 아이리스님...
오늘의 산행을 만끽해 줬고, 걸쭉한 동동주 잔을 연방 비워가던 박상무님...
구수한 강원도 내음이 온몸가득 베어있는 감자바위님과의 강변 디푸리...
첫 동참임에도 모든 가식을 집어던져 버린 채
온몸을 흔들며 디푸리를 빛내준 솔님 등등...
말인의 생일을 축하해준 모든 님들과
오늘의 산행이 무사하게 끝낼 수 있도록 힘써준
32명 모든 분들에게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글쓴이 : 末人 원글보기
메모 :